2026.07.28

몇 년 전까지 IT 업계에서 인기 있던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였습니다. 당시 기업들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지 그리고 빅데이터의 규모 자체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경쟁력으로 이야기하곤 했죠.
하지만 AI 시대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관심 갖는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이 데이터는 어디서 가져온 건가요?"
이제는 고객사, 투자자, 법무팀, 감사팀에서 가장 먼저 이 부분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이 중요한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합니다. 데이터는 오랫동안 축적해 왔지만, 그 데이터가 어디서 왔고 어떤 권리로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관리해온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는 AI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그런데 AI 시대 초창기와 달리 이제 AI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죠. AI 발전의 원천이 된 데이터가 새로운 관점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겁니다.
이러한 변화는 법제화와 더불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시행된 AI기본법은 생성형 AI 결과물의 출처 표시 의무를 명문화했어요. 이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업이 AI 학습과 서비스에 활용하는 데이터의 출처와 권리관계를 설명해야 하는 방향으로 실무 기준이 구체화되고 있고요.
정부는 시행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제재를 유예하고 있지만, 유예는 방향이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기업은 이제 "이 데이터를 어디서 확보했고, 어떤 권리로 활용하고 있는가"를 설명할 준비를 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습니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EU AI Act는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물 처리 방식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뉴욕타임스와 OpenAI의 저작권 소송 역시 데이터 출처와 권리관계가 AI 산업의 핵심 이슈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국가마다 제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AI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AI가 사용하는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오랫동안 '자산'이 아니라 '재료'처럼 다뤄왔다는 점입니다. 크롤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거나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이해관계자가 기업들을 향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요즘은 실제 사례가 보고됩니다. 실사나 계약 과정에서 데이터 출처를 요청받고 나서야, 자사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관련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 등이 늘어나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입니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것과, 데이터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역량이라는 사실입니다.
전자는 저장 공간과 수집 기술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하고, 권리를 검증하고,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산업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다시 구조화하는 과정부터 필요합니다.
'먼저 모으고 나중에 덧붙여야지' 하는 방식으로는 AI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 데이터를 책임지는 역량까지 포함되어야 해요.
AI 시대에는 좋은 모델만으로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모델보다 먼저 데이터를 점검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단순히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출처와 권리를 설명할 수 있고 AI가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데이터여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AI-Ready Data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데이터는 넘쳐나는데, 왜 AI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부족한가'라는 질문을 이어서 다뤄보겠습니다.